미국이 최근 쿠바 정권 교체를 노골적으로 압박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에너지 공급망을 차단한 데 이어, 최근에는 라울 카스트로 전 대통령을 기소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 공언대로 이란 다음은 쿠바가 될까요? 오늘 월드이슈에서 황동진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미국이 갑자기 카스트로 전 대통령을 기소한 이유가 뭐죠?
[기자]
미 법무부는 지난 20일 라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의장을 기소하며 공소장을 공개했는데요.
미국인 살인과 살해 음모, 항공기 파괴 등 7가지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기소 된 사건은 30년 전 쿠바에서 미국 항공기가 추락한 사고인데요.
1996년 2월 24일 쿠바 해상에 소형 항공기 2대가 추락했습니다.
쿠바 망명자 단체인 '구출에 나선 형제들' 소속 항공기였습니다.
쿠바군의 공격으로 쿠바 출신 미국 시민권자 4명이 숨졌다는 것이 미국의 주장입니다.
당시 쿠바 국방장관이 이번에 기소된 라울 카스트로입니다.
[토드 블랜치/미국 법무장관 대행/지난 20일 : "어떤 국가와 그 지도자들도 미국인을 표적으로 삼아 살해하고도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을 용납할 수 없습니다."]
[앵커]
카스트로를 기소한 당일에 쿠바 앞바다에 항모 전단까지 배치했다는데, 서로 연관이 있을까요?
[기자]
미국 남부사령부는 이날 항공모함 니미츠함과 호위 타격단을 카리브해에 배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타격단에는 유도 미사일 구축함 USS 그리들리와 슈퍼 호넷 전투기 등을 탑재한 제17 항공모함 비행단이 포함됐습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쿠바가 러시아와 중국과 연계돼 있고 플로리다 인근 해역이 불안정하다며 국가 안보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이 상황은 올해 초 마두로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전격 체포할 때와 비슷한데요.
그때도 마두로 대통령을 마약과 테러 공모 혐의로 기소를 하고 베네수엘라 앞바다에 항공모함을 진주시키면서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습니다.
이 때문에 이번에도 체포 작전이 진행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마코 루비오/미국 국무장관/지난 21일 : "(그를 어떻게 데려올 건가요?) 어떻게 데려올지는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만약 데려오려고 한다면, 제가 왜 언론에 계획을 밝혀야 하나요? 당신은 질문해야 한다는 걸 압니다. 그러나 왜 내가 답해야하죠?"]
[앵커]
그렇다면 마두로 전 대통령처럼 카스트로도 체포할까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현재로선 장담할 수 없는데요.
최근 그의 발언을 보면, 무리한 작전은 없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있습니까?) 쿠바 문제요? 아니요. 긴장 고조는 없을 겁니다.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쿠바가 경제 제재와 원유 제한 조치로 궁지에 몰려있는 만큼 외교적으로 해결 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앵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다음 목표는 쿠바란 취지의 발언도 한 적이 있는데, 국제 사회의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중국과 러시아는 라울 카스트로 기소와 항모 배치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의 제재와 사법 조치 남용은 국제법적 근거도 없고 유엔 안보리 승인도 받지 않았다면서 쿠바에 대한 압력 철회를 주장했습니다.
[궈자쿤/중국 외교부 대변인/지난 21일 : "미국은 쿠바에 대한 제재와 사법적 조치라는 강압적인 수단을 사용하는 것을 중단하고, 사사건건 무력 사용 위협을 가하는 것도 멈춰야 한다."]
러시아도 미국의 압박을 내정간섭이라고 비난하면서 쿠바에 대한 적극 지원 의사를 밝혔습니다.
쿠바 내부의 반발도 거센데요.
시민들은 미국이 먼저 경제 제재와 원유 수입 제한 조치를 풀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군사 개입에 대해서는 적극 맞서겠다는 강경한 반응도 나옵니다.
[알렉시스 론돈/아바나 시민 : "미국이 쿠바를 장악하려고 하면 우리 쿠바인들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만약 베네수엘라에서 했던 것처럼 하려면, 피바다를 겪어야만 할 것입니다."]
[앵커]
트럼프 정부는 왜 이렇게 무리하게 쿠바 정권 교체에 집착하는 걸까요?
[기자]
트럼프 행정부는 이른바 돈로주의를 주창하죠.
자신들의 앞마당, 서반구에서 안보를 확보하고 전략적 우위를 지키겠다는 겁니다.
미국은 항상 중남미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차단하려고 애써왔는데요.
60년대 러시아에 의한 쿠바 핵 위기 경험이 있는 데다, 최근에는 쿠바 내부에 중국과 러시아의 도청기지가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정치적 계산도 깔려있다는 분석입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쿠바 체제 전복을 통해 역대 어떤 대통령도 하지 못한 일을 했다는 역사적 명성을 원한다고 분석했는데요.
실현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세바스티안 아로스/플로리다국제대학교 쿠바연구소장 : "미국과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양측이 원하는 바가 정반대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정권이 떠나기를 원하고, 쿠바 정권은 잔류를 원합니다."]
60년 넘게 이어져 온 쿠바와 미국의 갈등이 또 다른 파국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전 세계가 우려 속에 주시하고 있습니다.
자료조사:전가영/영상편집:변혜림 최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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